📓 블로그 · 2026-05-03

혼자 119개 마이크로 사이트를 1년 운영한 솔직 회고

예상보다 잘 된 것, 예상치 못한 트래픽, 깨진 빌드와 가족과의 시간까지 — 1년 회고의 1인칭 기록.

2024년 4월에 첫 마이크로 사이트를 띄울 때만 해도, 한 해 뒤에 119개를 운영하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나는 "한 5개쯤 만들고 그중 한두 개가 자리 잡으면 좋겠다" 정도의 얇은 기대를 갖고 있었다. 1년이 지난 지금, 5개도 아니고 119개. 숫자만 보면 거창해 보이지만, 그 안쪽은 그렇게 깔끔한 그림이 아니다. 이 글은 광고도 자랑도 아니고, 1년 동안 혼자 사이트들을 굴리며 내가 진짜로 마주한 장면을 한번 정리해 두는 기록이다.

가장 먼저 솔직하게 말해야 할 것은, 119개 중 다수가 별로 사람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GA4 대시보드를 열면 항상 같은 진실이 적혀 있다. 상위 5개 사이트가 전체 트래픽의 70% 가까이를 가져간다. 나머지 100여 개는 한 달에 두 자리 UV 도 채 안 되는 것이 절반이 넘는다. 이걸 처음 알았을 때는 잠깐 무력감이 왔다. "내가 이걸 만든 시간들이 다 무의미한가" 같은 생각도 했다. 그런데 한참 들여다보다 보니 다른 그림이 보였다. 상위 5개를 만들 수 있었던 건, 그 아래 100개를 만드는 동안 내가 인프라·SEO·AEO·도메인 운영 감각을 손으로 익혔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니까 나머지 100개는 "실패"가 아니라 "수련"이었다고 인정하기로 했다.

예상치 못한 트래픽도 있었다. 2026년 5월 4일, 예방접종 안내 도구(yebang)가 갑자기 24시간 동안 138 UV를 찍었다. 평소에는 하루 두세 명 들어오던 사이트였다. 처음에는 봇인 줄 알고 GA4 의 봇 필터를 한참 봤는데, 검색 유입과 직접 유입이 섞여 있었다. 알고 보니 그 전날 내가 Threads 에 짧게 소개 글을 하나 올린 게 작게 퍼졌던 모양이다. 그 다음날에는 firekr (한국 FIRE 시뮬레이터)가 53 UV. 두 번 다 광고 없이, 정말 글 한 줄 차이로 일어난 일이었다. 한 가지 확실히 배운 게 있다면, 한국 사용자에게는 검색만큼이나 짧은 추천 한 줄이 강하다는 것이다.

비용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처음에 나는 "마이크로 SaaS 니까 비용은 거의 안 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1년 굴려본 결과는 조금 달랐다. AWS S3 + CloudFront + ACM + Route 53 합쳐서 월 3~5만 원선. 도구가 늘어나도 이 숫자는 거의 안 변한다. 여기까지는 예측대로다. 문제는 GitHub Actions 였다. 사이트가 늘어나고 하루에 5번씩 배포가 돌아가던 시기에, 무료 한도를 우습게 넘기고 추가 청구가 나왔다. 이걸 한 달 만에 정리하고 microsaas-infra/scripts/local-deploy.sh 라는 로컬 배포 스크립트로 영구 전환했다. 이게 단순히 비용 절약이 아니라, 배포라는 행위 자체를 "내 손으로 책임지는 것"으로 옮겨준 변화여서 더 좋았다. 빌드가 깨졌을 때 GHA 로그를 들여다보는 것보다, 내 터미널에서 곧장 다시 돌리는 게 심리적으로도 훨씬 빠르다.

가장 비싸게 배운 실수는 두 가지였다. 첫째, 사이트마다 CloudFront OAC 와 Lambda Function 을 새로 만들었다는 점. 6개월쯤 지나서 청구서를 보고 "어, 이게 왜 이렇게 늘었지" 싶어 들여다봤더니, 동일한 도메인 하위에서 OAC 과 Function 만 빠르게 늘어나면서 비용을 6배 가깝게 키워놓고 있었다. 그 뒤로는 공유 bal-pe-kr-rewrite Function 과 static-shorts-oac 하나로 모든 신규 사이트가 들어가도록 패턴을 바꿨고, 이게 운영 메모리에 박힐 만큼 중요한 표준이 됐다. 둘째, CDK BucketDeployment 의 invalidation 타임아웃. 사이트 5개를 한 스택에 묶었더니 배포 중간에 타임아웃이 나면서 UPDATE_ROLLBACK_FAILED 라는 무서운 상태로 굳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날 새벽 3시까지 continue-update-rollback 을 skip 시키고, 직접 S3 sync 로 폴백을 친 다음에야 정상으로 돌렸다. 이 절차도 이제는 메모리에 박혀있다.

기술 외에 한 가지 더 솔직하게 적어두고 싶은 게 있다. 2025년 5월 27일에 첫 아이가 태어났다. 운영 1년의 후반부는, 솔직히 사이트보다 아이의 첫 옹알이가 훨씬 더 중요한 시기였다. 그런 와중에도 119개를 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인프라를 한번 표준화해두면 새 사이트 하나 띄우는 데 30분이면 충분해진다는 점. 또 하나는 "오늘은 이거 하나만 한다"고 내려놓을 줄 알게 됐다는 점이다. 회사·가정·사이드 사이에서 시간을 다투다 보면, 가장 큰 적은 비효율이 아니라 욕심이라는 걸 배웠다. 한 분기에 1개 진짜로 끝내는 사람이, 매주 5개 시작하기만 하는 사람보다 1년 뒤에 훨씬 멀리 가 있다.

GA4 데이터로 한 가지만 더. 2026년 4~5월 평균 일간 활성 사용자는 사이트 전체 합쳐 약 250~400 사이를 오갔고, 봇 트래픽이 30~40% 섞여 있다는 걸 5월 8일에야 알아냈다. 그날부터 GA4 의 --no-bots 분석 모드를 기본으로 쓰고 있다. 봇을 거르고 보는 진짜 사용자 수는 처음엔 좀 시무룩한 숫자다. 하지만 정확한 숫자가 정확한 의사결정을 만든다. 봇이 30% 섞인 통계로 "어, 이 사이트 잘 되네" 했다가 광고 ROI 결정을 잘못한 적이 있어서 이건 두 번 안 틀리려 한다.

1년 회고를 마치면서 누군가 묻는다면, 119개를 만들었다는 사실보다 "안 만들 수 있는 것을 안 만드는 감각"을 얻었다는 점이 더 큰 자산이다. 처음에는 모든 도구가 새로 만들어야 할 무엇이었다면, 지금은 이미 있는 컴포넌트를 props 만 갈아끼우는 일이 80%다. 다음 1년의 목표는 숫자를 더 늘리는 게 아니라, 상위 5~10개 사이트가 천천히, 그러나 정직하게 사용자에게 닿는 것을 다듬는 일이다. 그 다음에 다시 회고를 쓰러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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